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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교회에는 시니어가 늘었는데, 그들이 맡을 자리는 왜 줄어드는가
CSMA 출범 4년, 부흥회에서 ‘지속 가능한 사역 생태계’로 전환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6-08-24 09:54

본문

다시 세우는 시니어, 1

한국교회의 시니어사역이 다시 질문 앞에 섰다. 교회 안에 시니어 성도는 늘고 있지만, 정작 이들이 맡을 역할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건강강좌, 나들이, 경로대학, 친교 프로그램은 계속되지만, 시니어가 신앙을 전수하고 지역을 섬기며 교회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는 구조는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한국기독교시니어사역연합(CSMA)이 최근 시니어사역의 방향을 행사 중심의 이벤트에서 지속 가능한 사역 생태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CSMA 상임총무 윤영근 목사는 지난 4년의 변화를 설명하며 처음에는 모든 것이 처음이기에 항상 스스로 질문하고 방향을 바꾸어 갔다, 한 문장으로 행사 중심의 이벤트에서 지속 가능한 사역 생태계로 문제의식이 전환됐다고 정리했다.

2023년 봄 할렐루야교회, 사랑의교회, 선한목자교회, 충현교회 등 주요 교회 사역자들이 모여 초고령화 시대의 대책을 논의하며 CSMA가 출범했다. 초기에는 전국 시니어 연합부흥회를 통한 정보 교류의 필요성과 코로나19 이후 지친 한국교회를 위로하는 데서 출발했다. 이후 교회 연합체인 CSMA와 기관 연합체인 조이플시니어가 분리·확장되는 형태로 플랫폼 협력 공동체가 구성되면서, 시니어사역을 교회 내 소수 부서의 행사가 아니라 한국교회의 생존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로 보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행사는 열렸지만, 사역은 남았는가

CSMA2023년 제1회 전국시니어연합부흥회로 출발해 제4회 시니어사역컨퍼런스에 이르기까지 누적 300여 개 교회의 목회자와 시니어 리더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3회 대회(충현교회)와 제4회 대회(우리들교회)에는 광주·전남을 포함한 전국 100여 교회에서 온·오프라인을 합쳐 2,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CSMA는 집계했다.

문제는 숫자 이후다. 행사가 끝난 뒤 개교회에 무엇이 남았는가. CSMA는 실제 사역 변화로 이어진 사례로 세 곳을 제시했다. 중형교회인 A교회는 컨퍼런스 참석 후 기존 경로대학을 사명 중심의 시니어 제자훈련으로 전격 개편했다. 대형교회인 B교회는 은퇴자 중심의 지역섬김사역을 신설해 지방교회로 연결하는 정기 사역의 길을 열었다. 소형교회인 C교회는 시니어 파크골프 선교에서 착안해 큰 재정 부담 없이 전도 결실을 거두고 있다고 CSMA는 설명했다. 이 사례들이 보여주듯, 시니어사역의 성과는 행사 참석자 수가 아니라 행사가 끝난 뒤 교회의 조직과 예산, 역할 배치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로 평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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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교회도 다시 방향을 묻는 이유

시니어사역을 비교적 잘해 온 교회들조차 방향을 다시 고민하고 있다. 지난 714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CSMA와 조이플시니어 주최, 플랫폼 WOORI 기획·운영으로 열린 시니어사역의 미래적 방향에 대한 간담회는 대규모 부흥회나 컨퍼런스가 아니라, 현장 사역자들이 이 방향이 맞는가를 서로 묻는 자리로 마련됐다. 윤 목사는 이 간담회를 통해 앞선 모범교회들의 속 얘기를 듣고, 오는 10월 발전적 답안을 찾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현장의 공통 한계는 세 가지다. 첫째, 80대 이상 전통적 노인 세대와 60·70대 베이비부머 세대 사이에 욕구와 문화 차이가 뚜렷해지고 있다. 둘째, 시니어 성도들이 주일학교처럼 제공받는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면서 주체적인 봉사나 선교의 제안이 잘 스며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셋째, 시니어부서 안에서만 에너지가 소비되고 다음 세대와 연결되지 않아 신앙 전승의 힘이 약해지는 문제가 나타난다.

이는 한국교회 시니어사역의 핵심 문제가 프로그램 부족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히려 프로그램은 많다. 그러나 시니어를 계속 참가자수혜자로만 두면 프로그램이 끝나는 순간 동력도 사라진다. 윤 목사는 이 지점을 소비형 프로그램의 한계로 지적하며, 시니어 성도가 자신의 영적 사명(Calling)을 재발견하고 계승하지 못하면 사역은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고령화보다 더 큰 문제는 역할 상실

한국교회 시니어사역은 오랫동안 좋은 의도로 운영돼 왔다.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외로움을 줄이고, 건강과 친교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노인복지가 신체적·정서적 편의와 여가 제공에 초점을 둔다면, 기독교 시니어사역은 노년의 성도에게 다시 소명과 사명을 묻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CSMA의 주장이다.

윤 목사는 기독교 시니어사역의 본질을 영적 사명자의 재파송이라고 표현했다. 건강강좌와 여행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것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 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내 인생의 후반기 소명을 발견하게 하느냐가 일반 복지 프로그램과 교회 시니어사역을 구분하는 핵심 기준이라고 밝혔다.

한국교회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교인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는 현상만이 아니다. 더 큰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교회 안에서 감당할 역할이 줄어드는 구조다. 젊을 때는 교사, 구역장, 찬양대, 봉사자로 활발히 섬기던 성도가 일정 연령 이후에는 대접받는 세대로만 분류된다면 교회는 이미 중요한 자산을 잃고 있는 셈이다.

CSMA가 제안하는 다음 단계는 이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행사로 위로하는 것을 넘어, 개교회가 시니어를 다시 사역의 주체로 세우도록 돕는 플랫폼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방향이 실제 교회 현장에서 작동하는지는 참여 교회 수와 행사 규모가 아니라, 사역이 제도화된 교회의 지속 기간과 참여자 변화, 실패 사례의 공개 여부로 확인될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논의가 의미 있는 이유는 한국교회가 시니어사역을 더 이상 어르신들을 위한 좋은 행사로만 보지 않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질문은 바뀌고 있다.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에서 누구를 다시 세울 것인가로, 몇 명이 모였는가에서 누가 다시 사명을 발견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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