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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65세를 한 묶음으로 보는 시니어목회는 실패
CSMA, ‘나이듦 목회’와 기독교 시니어헌장 통해 시니어사역 재정의 모색

유현우 기자
작성일 2026-08-24 20:27

본문

다시 세우는 시니어, 2

교회 안에서 시니어라는 이름은 익숙하다. 그러나 그 이름 안에는 너무 다른 사람들이 함께 묶여 있다. 은퇴 이후 제2의 사명을 찾는 60대가 있고, 여전히 교회와 지역을 섬길 힘을 가진 70대가 있으며, 돌봄과 동행이 절실한 80대 이후 성도도 있다. 이들을 모두 같은 방식으로 목회할 수 있을까.

한국기독교시니어사역연합(CSMA)이 최근 시니어사역의 방향을 논의하면서 연령보다 생애주기적 신앙 필요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안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CSMA 상임총무 윤영근 목사는 CSMA가 시니어를 일률적으로 65세 이상으로 묶기보다, 나이와 기능, 신앙적 필요에 따라 세분화된 사역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같은 시니어 안의 다른 세대

윤 목사는 시니어사역의 준비 단계로 50~60대를 주목한다. 이 시기는 노인사역의 대상이라기보다, 인생 후반기를 앞두고 정서적·신앙적·재정적 재정비가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이어 65세부터는 CSMA가 세 단계로 구분한 본격적인 시니어사역의 대상이 시작된다.

65~74세는 액티브 시니어’(로우 시니어, 전기노인·Young-Old), 은퇴 직후 신체적·정신적 기능이 비교적 잘 유지되는 이른바 3의 인생(The Third Age)’ 단계다. 관련 연구들은 이 시기를 질병이나 장애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활기찬 노년기로 정의하며, 자립적 일상생활수행능력(ADL)이 양호해 사회적 생산성이 여전히 높은 집단으로 분류한다고 CSMA는 설명했다.

75~84세는 사명 시니어’(미들 시니어, 후기노인·Old-Old). CSMA에 따르면 보건의료 연구에서는 75세를 기점으로 두 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복합 이환율이 급격히 상승하며, 신체적 취약성(Frailty)이 본격화되고 사회적 관계망이 축소되는 전환기적 특징을 보인다.

85세 이상은 돌봄·기도 시니어’(하이 시니어, 초고령노인·Oldest-Old), 이른바 4의 인생(The Fourth Age)’에 해당한다. 기능적 손상과 인지기능 저하 발생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장기요양서비스의 직접적 수요자로 연구되는 단계라고 CSMA는 밝혔다.

이 구분은 임의적인 것이 아니다. 일본의 고령화 연구와 한국의 사회보장 논문들도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는 75세를 기준으로 전기고령자후기고령자를 구분해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CSMA는 소개했다. 여기에 노년사회학의 세대효과(Cohort Effect) 논의도 더해진다. 높은 교육수준과 자산, 디지털 친화성을 지니고 스스로 노후를 주도하려는 베이비부머 세대(‘New Senior’), 전쟁과 산업화를 거치며 가족·국가에 헌신한 전통적 노인층은 복지 연구에서도 서로 다른 집단으로 다뤄진다는 것이다.

이 구분은 한국교회에 질문을 던진다. 교회는 지금까지 노인부’, ‘시니어부’, ‘경로대학이라는 이름으로 너무 넓은 세대를 한 부서에 묶어 왔다. 60대 은퇴자와 85세 이상 후기 고령자를 같은 프로그램에 초대하면서, 한쪽에는 너무 느리고 다른 한쪽에는 너무 빠른 사역을 제공해 온 셈이다.

물론 연령 구분만으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다. 윤 목사도 “50세여도 90세 같은 장년이 있고, 90세여도 50세 같은 청년 같은 시니어 세대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단순한 노인부 사역이 아니라, 누구나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목회적으로 다루는 나이듦의 사역이라는 설명이다. b009f6e15189588eb3537a50f07e38db_1787570819_9909.jpg

나이가 선물이 되려면 구조가 바뀌어야

CSMA가 제4회 컨퍼런스에서 강조한 메시지 가운데 하나는 나이가 선물이라는 선언이었다. 그러나 이 문장이 실제 교회 안에서 구현되려면 위로의 언어만으로는 부족하다. 시니어가 교회의 예우 대상에 머물지 않고, 다시 사명자로 세워질 수 있도록 조직과 예산,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

윤 목사는 성경이 노년을 결실의 시기로 본다고 설명한다. 시편 9214절은 그는 늙어도 여전히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라고 노년을 묘사한다. 여호수아 14장에서 갈렙은 85세에 이르러 이 산지를 지금 내게 주소서라며 새로운 땅을 요구했다. 공교롭게도 이 나이는 CSMA돌봄·기도 시니어단계로 분류한 85세 이상과 겹친다. 노년은 성도를 온전케 하여 봉사의 일을 하게 하는 유효한 사명의 기간이라는 것이 윤 목사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윤 목사가 제안한 변화는 세 가지다. 첫째, 시니어부서를 단순 교육부서나 봉사부서의 하위 개념에 두기보다 담임목회 직속의 신앙 전승 및 선교 전략기구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둘째, 위문품이나 단합대회, 여행 중심의 일회성 예산을 시니어 사역자 양성과 선교비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주일학교 보조교사, 이주민 멘토, 기도실 파수꾼 등 구체적인 사명 직무를 부여해야 한다.

이 제안의 핵심은 교회가 시니어를 위해 무엇을 해드릴 것인가만 묻지 말고, 시니어가 하나님 나라를 위해 무엇을 다시 감당할 수 있는지 물어야 한다는 데 있다. 

기독교 시니어헌장, 무엇을 담아야 하나

CSMA가 후속 과제로 제안한 기독교 시니어헌장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199112월 유엔총회는 노인을 위한 유엔 원칙을 결의하며 독립, 참여, 돌봄, 자아실현, 존엄성이라는 다섯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윤 목사는 기존 노인헌장이 이처럼 복지적 인권 담론을 중심에 둔다고 소개하면서, 한국교회가 준비할 기독교 시니어헌장은 그 위에 하나님 앞에서의 사명 선언을 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초안적 방향에는 하나님 중심의 삶을 마지막 노년까지 살아내는 것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행복을 유지하는 것 하나님의 형상(Imago Dei) 회복과 성화에 마지막 순간까지 집중하는 것 액티브 시니어 세대부터 소명(Vocation)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포함된다. 윤 목사는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1문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영원토록 그를 즐거워하는 것과 토마스 아퀴나스의 목적론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기독교 시니어헌장이 의미 있는 문서가 되려면 기존의 존엄과 권리 담론을 대체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유엔이 제시한 다섯 원칙 위에 신앙 전승과 소명, 교회 공동체의 책임을 더하는 방향이라야 한다. CSMA는 오는 102차 간담회에서 이 방향을 간결한 구호 형태로 다듬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헌장 작성 과정에는 시니어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 건강하고 활동적인 70대만이 아니라 독거 시니어, 저소득 시니어, 돌봄이 필요한 후기 고령층, 여성 시니어의 현실이 함께 담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장은 선언으로는 아름답지만 현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문서가 될 수 있다.

b009f6e15189588eb3537a50f07e38db_1787570849_1467.jpg은퇴는 소명의 끝이 아니다 

이번 논의가 한국교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다. 시니어사역은 단순히 나이 든 성도들을 잘 섬기는 사역이 아니다. 교회가 나이 들어가는 성도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자리에 세우며, 어떤 방식으로 다음 세대와 연결할 것인가의 문제다.

65세를 한 묶음으로 보는 사역은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은퇴를 준비하는 세대에게는 인생 후반기의 재설계가 필요하고, 활동 가능한 시니어에게는 사명과 역할이 필요하며, 돌봄이 필요한 성도에게는 존엄한 동행과 공동체의 책임이 필요하다.

교회가 시니어를 바라보는 언어를 바꾸면 사역의 방향도 바뀐다. ‘대접해야 할 어르신에서 다시 파송할 성도, ‘노인부 프로그램 참가자에서 신앙 전승의 주체, ‘은퇴한 세대에서 여전히 부르심 안에 있는 세대로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

은퇴는 직업에서 물러나는 것이지, 하나님의 부르심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교회 시니어사역의 다음 과제는 바로 이 고백을 조직과 예산, 역할과 헌장 안에 실제로 담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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